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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그리스인 조르바 (양장)
    (4점)[완독] 책장에 담았습니다.

    언어의 감금인가, 메타포의 광란인가, 잠언의 집약인가, 철학의 실체인가. 아니면 이 모든 것들을 거부하는 하나의 시詩인가. 읽긴 했지만 어떻게 읽을 수 있었는지조차 모르게 만든다. 『그리스인 조르바』가 그렇다. 이것이 카잔차키스가 본문에서 말한 <인도에서, 밤이 깔리고 나서 들리는 나지막한 소리, 먼 곳에서 육식 동물이 하품하는 듯한 느리고 야성적인 노래>, 즉 <호랑이의 노래>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결국 <나와 조르바>는 『나의 라임 오렌지나무』에서의 <제제와 뽀르뚜가>, 삶에서의 <아버지와 아들>로 대치될 수 있으며, <나>와 <조르바>는 문답으로써 서로를 갈구한다.

    <나>에게 <조르바>는 네살바기 알카에게서 본 붓다의 모습인가 ㅡ 어차피 카잔차키스의 의도에 따르면 신神은 인간이 창조한 삶의 도약에 필요한 필요충분조건에 불과하지만 말이다. 그런데 그 <성자聖子 같고 경박하며 갈피를 잡지 못하는 조르바>는 바로 우리이며, <조르바가 다칠까 노심초사하고 그가 떠날까 안절부절 못하는 나>도 역시 우리의 군상이다. 그리고 <나>는 <조르바>에게 되새김질 하듯 늘상 묻고 또 묻는다. 조르바의 말처럼 <나>는 걸핏하면 <그래서>, <왜>라고 묻는 거다. 그러나 <나>는 그리 할 수밖에 없다. 왜? <나>와 <조르바>가 동일시된다면 그것은 <내가 나에게> 질문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세상이란 요새에서 우리의 역을 연기한다. 사면을 내려가며 걷어찬 돌멩이가 굴러 내려가는 것을 보고 조르바는 이렇게 말하지 않았던가. <봤어요? 사면에서 돌멩이는 다시 생명을 얻습니다> 라고. 조르바를 만난(집어든) 순간부터 (우리의) 인생의 껍질은 이미 부화를 알리고 있었던 게 아닐까. 조르바는 터키인이면서 그리스인이었고, 성자임과 동시에 광부였으며, 붓다이면서도 미치광이였고, <나>였으며 <조르바>였다. <나>는 <조르바>를 신기해하다가 동질감을 느끼고, 동경을 지나 그의 말을 되풀이하며, 나중에는 <섬기게> 된다. 시장의 떠벌이든 무대 위의 바람잡이든 카잔차키스와 조르바, 조르바와 카잔차키스는 인간 존재를 극상으로 끌어올리기에 조금의 거리낌도 없으며 그것을 하나의 싸움터로 인식하고서 탐험하고 의미를 주는 것에 주저하지 않는다. 조르바는 자유를 차지하려 투쟁하고, 영혼을 심화시키는 것을 마다하지 않으며, 인생의 두려움이 주는 협박에 주저 없이 발을 들여놓는다. 그는 우리에게 인간이란 도약하고 충동적이며, 야생의 날것이어야 하고 역치값을 넘어 끝장을 보아야만 비로소 진실된 것이라 한다. 아직 남아 있는 잉걸불을 후후 불어 그것을 다 태우고 나서야만 편히 잠드는, 꼬장꼬장한 악다구니를 보여주지 않았던가.


    p.s 『그리스인 조르바』를 내려놓으며 아쉬운 마음을, 본문 77페이지의 <나>의 대사로 대신할까 한다. 「이야기하세요, 조르바. 뭐든 이야기해요!」

    • aaaaiiight
    • 2010년 10월 22일 10시3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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